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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14 회계연도 예산안이 여야 협상 실패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미 연방정부가 1일 0시(한국시각 1일 오후 1시) 폐쇄(shut down)됐다. 이후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미국 의회는 매년 다음 해 예산안을 승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예산안 승인이 안되었다.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까지 반드시 각종 공공 기관에 예산을 배치할 수 있도록 예산안 통과가 진행돼야 한다. 만약 9월 30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2~3개월짜리 단기 잠정 예산안을 통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단기 예산안을 토대로 정부 운영이 진행되는 동안 최종 예산안을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1976년 이후 지금까지 총 17번 정부 폐쇄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이 18번째 정부 폐쇄다. 가장 최근 셧다운이 이뤄진 건 지난 1995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이다. 당시 21일간 정부가 폐쇄됐다.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건강의료보험 개혁법)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국정 의제인 오바마케어는 모든 국민에게 의료 보험을 보조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0년 의회를 통과해 2014 회계연도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를 찬성하지만, 공화당은 시행을 1년 연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오바마케어를 두고 잠정예산안 수정을 번복하며 결국 오바마케어 발효에 합의하지 못했다.

각 정부 부처별로 ‘필수’ 업무 이외 서비스가 중단된다. 중단 업무 관련 공무원들은 무급 휴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현재 80만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가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부 부처는 현재 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해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omb/contingency-plans)에 공지했다.

미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에 이르러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고 로이터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존 네스터 SEC 대변인은 이날 “SEC는 미 의회가 셧다운된다고 해도 이용 가능한 이월 운영자금이 있기 때문에 폐쇄되지 않는다”며 “이월된 자금으로 앞으로 몇 주 동안 SEC는 운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발급도 그대로 진행된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외국인들에 대한 여권 업무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있었던 정부 폐쇄 당시엔 비자발급 업무도 중단됐다.

연방주택금융청(FHA)도 계속해서 정부 지원 모기지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밝혔다. 정부가 운영하는 모기지 기업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모기지 대출 업무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폐쇄되면 오는 4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고용지표는 나오지 않는다고 블룸버그가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1일 전했다. 여성과 영아, 아동을 위한 특별 보조 영양 프로그램(WIC)도 중단된다. WIC는 빈곤층 임신부와 수유부, 만 5세 미만 영유아에게 양질의 식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영양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WIC를 운영하는 미국 농무부는 홈페이지에 "정부가 폐쇄되면 정부 지원금이 끊길 것"이라고 썼다.

미국 정부 폐쇄는 미국 관광객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과 동물원 등이 문을 닫게 된다. 정부 소속 박물관과 동물원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The Smithsonian Institution)은 정부가 폐쇄될 경우 꼭 필요하지 않은 공공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스미스소니언 소속 공무원은 현재 4200여명으로, 정부 폐쇄가 결정되면 이 중 700명만이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 정부 앞에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부채 상한 증액 협상이다. 미 의회는 오는 17일까지 현행 16조7000억달러의 부채 규모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 예산안 타결 실패에 이어 부채 상한 협상까지 불발될 경우엔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게 된다.

부채 상한을 올리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더는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된다. TD시큐리티의 밀란 물레인 연구원은 NYT에 "일시적이라도 디폴트가 선언되면 미국이 앞으로도 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거란 불신이 커질 것"이라며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