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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7.18 HBM 반도체는 무엇인가?
2023. 7. 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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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는 챗GPT 같은 AI는 생성형 AI로 분류되는데, 이 생성형 AI 시장이 커지면서 HBM이라는 반도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 HBM이 뭔데?

 

보통 좋은 메모리 반도체라 하면, 처리 속도와 용량이 좋은 반도체를 이야기합니다. 처리 속도는 CPU나 GPU가 명령을 내리면 메모리 반도체 얼마나 빨리 대응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고, 용량은 얼마나 데이터를 많이 저장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고용량이고 속도가 빠른 메모리 반도체라고 하더라도, 시스템은 그 반도체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의 데이터를 꺼내서 CPU나 GPU와 주고받아야 합니다. 다른 부품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밖으로 주고받는 통로가 얼마나 넓은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통로의 폭을 바로 대역폭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대역폭을 대대적으로 넓힌 반도체가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우리 말로는 고대역폭 반도체라고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에 지네 발처럼 생긴 '핀'이 달려 있습니다. 이 핀을 통해서 데이터가 이동하고요. 보통은 이 핀이 8개가 달려있고, 많은 제품은 32개, 정말 많은 제품의 경우 512개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술은 이 정도로 핀으로 해결이 됐는데, AI의 경우는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다 보니 기존의 방식으로는 데이터 병목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통로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D램을 옆으로 늘어놓지 말고, 아예 수직으로 쌓으면 어떨까하는 방식을 생각해냈습니다. 단독주택을 자꾸 짓지 말고, 아예 아파트처럼 D램을 위로 높게 쌓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데이터가 통할 수 있는 문이 몇 개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 문이 많아야 데이터가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넓어져서 병목 현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HBM은 아파트 형식으로 D램을 위로 쌓은 다음에 D램끼리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직 엘리베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만든 제품입니다.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제거한 HBM. (출처: AMD)

 

수평으로만 드나들 수 있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놓고 연결을 할 경우 넓은 면의 위아래를 연결하면 많은 문을 만들어서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굉장히 많은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SK하이닉스가 최근에 개발한 HBM은 D램 12개를 쌓았는데, 그 사이를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1,024개 만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1,000개가 있는 12층 아파트를 만든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만큼 데이터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입니다.

 

D램을 꿰어낸 HBM 반도체 (출처: The JoongAng)

 

- HBM은 AI 반도체에 많이 쓰여?

 

그렇습니다. HBM 이전에는 중간에 GPU 하나를 두고, 그 주위에 빙 둘러서 D램을 12개를 까는 방식을 방식 사용했습니다. 만약 D램 하나에 핀이 32개라면, 핀의 개수는 384개입니다.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있는데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384개라는 것입니다.

 

이를 12층짜리 D램을 쌓은 HBM으로 대체할 경우 HBM 한개만 하더라도 통로가 1,024개이므로 훨씬 넓은 데이터 도로가 되는 것입니다. GPU 하나를 놓고 주위에 HBM을 보통 4개 정도까지 연결하기도 합니다. 즉, 1,024개에 4를 곱하면 4,096개로, 어마어마한 넓이의 통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풀HD 영화 600개를 1초에 전송하는 넓이라고 합니다. 결국 데이터가 지연되는 현상은 굉장히 감소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 AI 반도체 쪽에서는 HBM이 굉장히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 없어서 못 팔 정도라던데. 가격도 비싸겠네.

 

네. HBM은 일반 D램보다 5배에서 10배 정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판매량으로 보면 전체의 1%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매출액 비중으로 따지면 10% 가까이 될 정도입니다. 굉장히 효자 품목이죠. 그래서 이익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은 굉장히 초기 시장이긴 하지만, 앞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더욱 많아지면 HBM 반도체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현재 HBM의 전체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 한화로는 2조 5천억 원 수준인데, 최소 몇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HBM 시장 전망 (출처: The JoongAng)

 

특히 요즘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수조 원씩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HBM이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D램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점유율이 약 70% 정도되기는 합니다만,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더 높은 상황입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체 점유율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점유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은 굉장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은 커질수록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수혜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타임라인 (출처: The JoongAng)

 

- 잘 되면 좋을 텐데... 기술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 같네. 

 

HBM 개발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반도체를 쌓아놓기 때문에 발열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잘못 만들 경우 반도체가 휘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기술적인 난제입니다.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도체 사이사이에 발열을 막아주는 고순도 액체를 넣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쪽 분야에서 연구 개발이 굉장히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요즘은 패키징 기술이 특히 중요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미세하게 회로를 그리는 공정은 거의 기술 발전의 최대치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미세하게 만들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기존의 반도체를 어떻게 붙여서 성능을 극대화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즉, 패키징 기술이 점점 더욱 중요한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로 인해 중국에서도 칩릿이라고 하는, 마치 레고 조각을 모으듯 조금 모자란 반도체를 가져다가 하나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패키징 기술 개발이 굉장히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하면 부피는 조금 커지고 모양은 좀 없더라도 기능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미국이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게 됩니다. 앞으로는 이 패키징 기술의 흐름이 반도체의 패권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한번